철종 ( 조선 25대 왕) 이야기 ( 조선판 신데렐라 스토리 )

조선 25대 왕 철종은 1841년 6월 17일 순조 때 태어나서 1863년 12월 8일까지 32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철종은 한성부 향교동 경행방에서 정조의 이복동생 문언군의 서자인 전계대원군 이광과 첩 염씨 사이에서 서자이자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원범 이었으며, "이변"이라는 이름은 그가 왕위에 즉위한 후에 개명한 것입니다. 지금 부터 조선 25대왕 철종의 일생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화도령 철종(이변)의 일생

 

철종의 기구한 가족사

철종은 참으로 기구한 가족사를 않고 태어났는데,  철종의 할아버지 은언군은 사도세자의 서자였는데  큰아들 상계군을 정조의 양자로 세우려다가 발각되어 강화도로 유배 되었고, 이후 그의 부인과 며느리가 천주교를 믿다가 발각되어 모두 사약을 받고 죽었습니다. 

 

은언군의 둘째 아들인 풍계군과 막내인 전계군(철종의 아버지)도 연좌되어 함께 강화도로 유배를 갔고 이곳에서 40년을 넘게 살게됩니다. 철종이 태어나기 1년 전 1830년 풍계군과 전계군은 유배에서 풀려나 다시 서울에 와서 살게 되면서 이들은 왕족으로서 대우를 받고 살았고 이듬해 원범(철종)이 태어나게 됩니다. 원범은 한성에서 태어나서 세 살 되던 해 주흥사가 지은 주흥사 천자문을 읽었다고 하며 기억력이 좋았으며,  만 13세까지는 별 어려움없이 살았다고 합니다.  

주흥사 천자문

 

13세인 1844년 민진용이 원범의 큰형 이명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역모를 계획하면서 원범의 기구한 운명이 시작됩니다.역모가 발각되어 이명은 처형되고 원범은 연좌제로 작은 형 이욱과 함께 교동도로 유배되었으며, 얼마 못 가 강화도에 다시 유배되어 그는 강화도에서 농부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강화도에 살 때도 늘 감시 대상이었는데 감시자인 권시집의 아들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원범의 돌팔매로 권시집의 아들 이마를 깬 일이 있어 권시집으로부터 무척 구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철종 왕이 되다 (조선판 신데렐라 스토리)

강화도 시절 원범이 소박한 농사꾼 생활을 이어가던 중 같은 마을에 살던 소녀 "양순"이를 좋아하게 되는데, 천민 출신의 그녀는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예쁘진 않았지만 수더분하게 생긴 것이 원범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양순" 역시 수수했던 원범이 그리 싫지 않았고, 둘은 곧 결혼을 약속하게 됩니다. 

 

원범이 18세인 1849년 헌종이 자식없이 세상을 떠나자, 조정의 최고 어른인 안동 김씨파의 순원왕후(순조의 정비)는 김씨 권력에 방해가 되지 않을 "허수아비 왕"을 원했고 그가 바로 이원범 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속전속결로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이원범을 왕으로 발탁합니다. 왕실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양에서 온 사신들이 강화도로 들이닥쳤고, 이때 철종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큰형이 역모에 몰려 죽은 전례가 있어서 이번엔 자신을 잡으러 온 줄 알고 산속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철종의 둘째형 이욱은 도망가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이어준 사람은 "양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녀 역시 원범을 잡아간다 생각해 몰래 숨어 있는 원범을 위해 밥도 갖다 주었지만, 이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란 생각에 양순은 그들과 잉기 해볼것을 조심스럽게 권했다고 합니다. 양순의 거듭된 설득 끝에 원범은 마음을 돌려 한양으로 가게 됩니다. 

철종을 데리러 온 사신들

순원왕후는 혈통상 오촌 조카인 원범에게 "덕완군"이라는 군호를 내리고 자신의 양자로 입적시켜 효명세자의 형제이자 헌종으로 숙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원범이 만 18세인 1849년 6월 9일 창덕궁에서 조선의 25대 왕으로 추대받게 되며,  조선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 철종이 탄생하게 됩니다. 

 

철종의 궁중 생활

철종은 조선 왕족이지만 조선 숙종-영조-사도세자- 은언군-전계대원군의 서자로서 방계중의 방계 혈통 입니다.  그러나 철종 자신은 물론 아버지 때 부터는 군호조차 받지 못하다가 궁궐에 들어와서 즉위 전날에애 덕완군이라는 군호를 받았을 정도였습니다. 별안간 왕이 된 철종은 궁중에서 행하는 것이 모두 처음 보고 듣는 것이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관례대로 순조의 왕비인 순원왕후 (당시 60세)가 수렴청정을 하였습니다. 20세인 1851년 안동 김씨의 일문인 김문근의 딸 철인장황후( 당시 14세)를 왕비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안동 김씨인 순원왕후 조차도 또 다시 안동 김씨를 왕비로 들이는 것을 반대 했지만, 다른 안동 김씨의 압력에 철종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안동김씨를 왕비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21세인 1852년 수렴청정 3년차가 되자 친정을 시작합니다. 어릴적부터 서민들의 민생고를 직접 눈으로 본 철종은 초기에는 여러 개혁 정책들을 능동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으나 세도 가문들의 반발과 비협조에 부딪혀 대부분이 불발되었습니다. 세도정치의 폐단으로 인해 기존의 조선 통치기강이 무너지고 삼정의 문란은 더욱 심해져 민중의 생활은 피폐해져 갔으며, 결국 1862년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농민항쟁인 임술 농민 봉기가 발생하게됩니다. 철종은 봉기 발생 지역의 수령과 관속을 처벌하여 흐트러진 기강을 확립하고 농민의 요구 조건을 일부 수용함으로써 민심을 수습하려고 하였습니다. 농민봉기가 잠시 가라앉자 "삼정이정청"이라는 임시 특별기구를 설치해 삼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3개월만에 순원왕후와 세도가의 반발과 압박으로 인해 폐지되고 맙니다. 

 

철종이 학문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사는 세도가들에 의해 처리되었고, 철종 자신도 이를 인정하고 술과 궁녀를 가까이하면서 건강이 점점 나빠지다가 31세인 1862년 이후로는 거의 병석에 눕다시피 했습니다. 그는 조정에서 연회를 볼 때나, 후궁, 기녀들과 만찬, 음주 할 때도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 달려나가 슬피 눈물을 흘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 , 이를 두고 매천 황현은 철종을 가리켜 " 철종은 선천적으로 연약하고 아둔하였다" 라고 조롱하기도 하였습니다.철종은 방계중의 방계 출신이면서 강화도에서 나무꾼으로 있다가 왕이 되었다 하여 그의 재위기간 중 사대부에서는 그를 "강화도령"이라 조롱하였고 이는 곧 그의 별명이 되었습니다. 조정에서는 장형을 가하고 벌칙금을 부과하였으나 사대부와 일반 백성들까지도 서자, 서출, 강화도령이라며 그를 조롱, 비하하는 발언이 암암리에 계속되었습니다. 

 

한편 철종이 강화도에 양순이에 대한 그리움과 엄격한 궁중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아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자 안동 김씨 세력들은 양순을 몰래 독살하였습니다. 천민인 양순이를 궁에 들일 수도 없고 임금이 천민의 여자에게 정을 준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철종은 비탄을 이기지 못하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철종이 강화도 시절 먹던 막걸리를 너무 그리워해 왕비 철인왕후 김씨가 친정에 부탁해 구해 올렸다는 야사도 있습니다.  1863년 12월 8일 재위 14년 만에 창덕궁 대조전에서 승하하였고 그의 나이 32세였습니다. 철종은 정실인 중전과 7명의 후궁들 사이에서 5남6녀를 두었으나 대부분이 신생아 때 죽고, 철종 승하 당시 후궁 숙의 범씨에게서 낳은 영혜옹주만이 생존해 있었습니다. 영혜옹주마저 훗날 급진개화파의 거두 박영효와 혼인했지만, 혼인한지 3개월 만에 13살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이리하여 후사가 없던 철종의 뒤를 이어 족보상 7촌 조카뻘이자 흥선군의 둘째 아들인 이명복(훗날의 고종)이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흥선대원군과 고종

철종의 어진은 한국전쟁 때 부산 피난 시 보관창고의 화재로 화폭의 1/3정도가 소실되었고 , 묘호는 철종으로, 슬기롭고 명석하다는 의미이고 대한제국 선포 후 1908년에 철종장황제로 추존되었습니다. 

 

철종의 능은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 있는 예릉으로 15년 뒤 사망한 왕비 철인장왕후의 능과 나란히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조선판 신데렐라 스토리 철종의 일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